서론
이 책은 부재에 적혀 있는 것처럼 '부모가 알아야 할 초등 저학년 독서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책입니다. 저자는 어린이 책 평론가인 한미화라는 사람입니다. 현직 교사들 사이에서 책으로 아이와 소통하는 법을 가장 잘 아는 어린이 책 전문가로 소문나 있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아이들에게 책 읽기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어떤 책들을 읽히면 좋은지 등 아이에게 책 읽기를 가르칠 때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궁금증에 대한 해법이 담겨있는 책입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책 읽는 아이로 키울 수 있는지, 책 읽는 환경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아이에게 책을 언제까지 읽어줘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들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책 읽는 아이로 키우는 방법
'12 발자국'의 저자인 정재승 박사는 어린 시절 또래 친구들보다 한글을 늦게 배웠다고 합니다. 친구들이 모두 유치원에 갈 때 정재승 박사의 부모님은 너는 몸이 약하니 태권도장에 가는 게 낫겠다며 운동을 시켰다고 합니다. 심지어 다른 친구들이 한글을 배울 때도 정재승 박사의 부모는 애들은 노는 게 공부니 나가서 뛰어놀아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웠던 사실은 자식에게는 한글도 가르쳐주지 않던 부모가 책을 꾸준히 즐기며 읽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정재승 박사는 어린 시절 책 읽기를 즐기는 부모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책은 굉장히 재미있고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들에게 숨기면서 어른들만 즐길 리가 없다.' 그래서 부모님이 불을 끄고 자라고 하면 자는 척을 하다가 읽지도 못하는 책을 펼쳐서 혼자 읽는 흉내를 내보냈다고 합니다. 인간은 하지 못하게 금지하는 행동을 더 하고 싶어지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면 몰래 숨어서라도 하게 되고,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면 오히려 안 보는 곳에서 더 마시곤 합니다. 책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모든 결핍은 욕망을 낳는다. 아이가 무얼 좋아하게 하려면 역설적으로 결핍이 필요하다. 평생 책을 가까이하게 하는 방법은 도리어 책 읽으라는 소리를 거두는 것일 수 있다.' -p.24
우리 아이가 책 읽는 아이로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에 아이에게 책 읽기를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책 읽기 좋은 환경은 어떻게 만들까?
집안을 둘러보면 그 사람이 평소에 책을 읽는 사람인지 아니면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평소 책을 꾸준히 읽는 분들은 집 안 곳곳에 책을 배치해 둡니다. 반면에 책을 읽지 않는 분들은 집구석에서나 책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요즘 어린아이들을 보면 태어날 때부터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노출이 됩니다. 노력과 보상이라는 개념을 접하기도 전에 스마트폰을 통한 즉각적인 보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게다가 아이들은 공부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학원 순례를 다니기 시작합니다. 학교에 이어 학원까지 많이 다니게 되면서 심심할 틈은 사라지고 아무 생각 없이 놀 수 있는 시간마저 사라지게 됩니다. 그렇게 심심하거나 여유로울 틈이 없다 보니 아이들은 자연스레 조금만 시간을 투자해도 즉각적인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 빠지게 됩니다. 독서는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고, 만족감도 시간이 지나야 느낄 수 있으니 당연히 나중으로 밀리게 됩니다.
'아이가 책 읽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보다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아이에게 디지털 기기를 접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춰주고, 스마트폰 대신 자연을 접하고 마음껏 뛰어놀 기회를 많이 만들어줘야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를 따라 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 앞에서 스마트폰만 만지고 있다면 당연히 아이도 앞으로 스마트폰만 만지고 있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아이를 책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데, 아이에게는 방에서 책을 읽으라고 하고, 부모는 거실에 나와 tv를 보고 있다면 과연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을까요? 아이가 책 읽기 좋은 환경이란 부모가 집에서 책을 읽는 환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은 언제까지 읽어줘야 할까?
'아이가 스스로 책 읽기를 즐기려면 부모와 아이가 책으로 더 연결되어야 한다.' -p.45
책에서는 부모와 아이가 책으로 연결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정한 시간을 정하고 책을 읽어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학교와 학원에 다니느라 바빠지고 부모가 일과 집안일을 하며 바빠지다 보면 자연스레 책 읽는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집니다. 꾸준히 책을 읽어줄 수 있는 방법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책을 읽어주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책 읽어주기는 아이에게 책에 대한 결핍을 만들어주는 동시에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지 못할 때는 부모가 매일 꾸준히 책을 읽어준다면 아이 역시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는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걸까요? 책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아는 가장 올바른 답은 "아이가 원할 때까지 읽어주면 된다"입니다. 책을 읽어줘야 하는 나이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아이가 원할 때까지 읽어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실제로 고등학생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서로 마음을 털어놓고 사이가 좋아진 경험담을 종종 듣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몇 살까지만 책을 읽어줘야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아이가 원할 때까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이의 책 읽기에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후기
아홉 살 독서 수업에는 제가 앞에서 소개해 드린 내용 외에도 책 읽기는 언제 해야 하는지, 아이에게 가장 좋은 책은 어떤 책인지, 아이의 책 읽기에 대한 고민과 책 읽기는 어디에 쓸모가 있는지 등에 대한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더불어 아이들이 읽으면 좋은 책 목록도 담겨 있는데요. 책 중간중간 어떤 책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에 관한 내용이나 마지막 부록 부분에 담긴 상황별 맞춤 도서 목록 등 부모들이 참고하기 좋은 다양한 이야기와 책이 담겨 있습니다. 만약 내 아이를 책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으시다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책도 아니기 때문에 평소에 책을 잘 읽지 않으시는 분들도 쉽게 읽어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 아이가 책 읽는 아이로 자라기를 원할 것입니다. 앞에서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내 아이를 책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분들은 아이에게 책 읽기를 가르치기보다는 자신이 먼저 책 읽는 부모가 되는 것이 우선입니다. 아이는 부모에게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우기 때문에 부모가 평소 꾸준히 책을 읽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아이도 책을 가까이하는 아이로 성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