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줄거리
소개드릴 책은 '배준' 작가의 '시트콤'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자음과 모음 출판사의 제1회 경장편 소설상을 수상한 책입니다. 경장편 소설이라고 하면 원고지 약 500매 분량으로 2~3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길이의 소설입니다. 장편소설이 원고지 1000매 정도가 된다고 하니 장편 소설보다는 짧게 하지만 중편소설보다는 길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이 시트콤이라는 책은 배준 작가의 첫 책으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선생님들이 벌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책의 줄거리는 고등학교 2학년 전교 1등인 이연아. 연아는 이미 자기 학년에서 1등임에도 불구하고 연아의 엄마는 그것도 부족하다며 방학 때 기숙학원을 보내기로 결심합니다. 딸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는 연아의 엄마는 딸의 의견과 상관없이 자신의 의지대로 딸을 기숙학원에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엄마는 왜 나랑 상의도 없이 결정해? 맨날 그러잖아. 공부하는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나인데."
"이게 상의가 필요한 일이야? 나는 네가 더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거잖아."
연아는 엄마와의 말다툼 끝에 홧김에 마음에 쌓아뒀던 말을 내뱉습니다. 결국 딸과 다투던 엄마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정리 중이던 배추김치 한 포기를 딸에게 집어던지게 됩니다. 연아는 그 길로 집을 나가게 되고 엄마와 딸의 갈등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내가 나 좋으라고 이래?
소설에서는 딸과 엄마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끊임없이 다투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이니 저렇게 싸우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 역시 실제로 이 소설 속의 엄마와 딸 같은 모습을 현실에서도 보고 들은 적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소설 속의 상황이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가정에서 남편은 돈을 벌어오고 아내는 집에서 살림을 하면서 자식의 교육을 맡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내는 자식 교육에만 집중하게 되고 자신만의 일이 없다 보니 자식의 성공이 자신의 성공과 동일시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식의 실패는 자신의 실패와 같이 느껴지기 때문에 그렇게 자식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많은 관심을 가지고 많은 부담감까지 주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읽기 쉽게 쓰인 소설이라 청소년들도 쉽게 읽을 수 있겠지만, 책과 친하지 않은 어른들 역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그러니 부모 역시도 한 번쯤은 이런 책을 통해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교육'
연아는 가출한 뒤에야 비로소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갖게 됩니다. 현실 역시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옆집에 사는 아이만 해도 초등학생인데 매일 학교에 다녀오면 잠시도 쉬지 못하고 바로 학원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한창 놀아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공부에만 매달려 사는 모습이 이 소설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부모들은 당연히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며 공부를 시킵니다. 부모의 의도와 아이의 마음이 잘 맞아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공부만 하게 됩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을 갖기 위해'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를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가진다고 해도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돈이 행복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돈이 좀 부족해도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교육은 학생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교육이 아닐까 싶습니다.
감상평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문체도 어렵지 않았고 이야기를 복잡하게 꼬지도 않았고, 어려운 어휘도 없어서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 분들이라고 하더라도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책 속의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심지어 책에는 저자가 실제로 경험했던 일도 사실과 비슷하게 담겨 있습니다. 갈등을 다룬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칫 어두울 수도 있지만 재미있는 표현과 빠른 전개로 종종 코믹하게 비치기도 합니다. 다만 중간중간 지루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연아가 교통사고를 당하던 장면이었는데요. 차에 치인 연아의 머릿속을 너무 복잡하게 묘사해 이야기를 약간 끄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빠른 전개 덕분인지 코믹한 표현 때문인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책을 읽다 보면 머릿속에서 소설이 동영상처럼 재생되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볍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소설' 어찌 보면 가볍고 단순하고 뻔한 이야기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시트콤이라는 소설은 앞에서 설명한 연아와 엄마의 갈등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여러 이야기가 점차 한 줄기로 모이며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구성입니다. 요즘은 이 시트콤 같은 경장편 소설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82년생 김지영'이나 '한국이 싫어서'처럼 비교적 짧고 간결한 소설들이 많은 독자분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책이든 이렇게 독자들이 책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들이 많아져 더 많은 분들께서 책 읽기에 관심을 가지시게 됐으면 좋겠습니다.